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 계약 만료, 소속사 옮길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정리 - 내용 추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 얼라인파트너스가 벌이는 분쟁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분쟁 대응에 회삿돈 수백억원이 쓰이고,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한 구성원의 이탈이 우려되며,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회사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3월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한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선 전략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고용하는 데 약 25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호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도 여섯 곳이나 고용했다고 합니다. 통상 한두 곳의 업체를 고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례없이 큰 규모로, 이들 업체에만 최소 10억~20억원을 지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의결권 수집에는 임직원도 동원되고 있는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기관을 찾아가 의결권 행사 때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성수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기업설명회(NDR)를 열고 해외 투자자를 만나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635억원어치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주주 환원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지만 주가 상승을 유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어렵게 하려는 움직임으로 시장은 해석했으며, 하이브가 즉각 해당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자사주 매입 작업을 저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샤이니 멤버 '키'는 지난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온라인 생방송을 하다 "누구보다 공연하고 싶은데 어디에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고 아쉬움을 전했으며,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같은 날 연 팬 미팅에서 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 안무를 춰달라는 팬 요청에 "곤란한 일은 절대 안 만들려 한다"며 말끝을 흐렸는데, 뉴진스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됐습니다. 또, 소녀시대 멤버 '태연'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영화 '부당거래'의 대사인 "다들 열심히들 산다"는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은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최강창민,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태연, 윤아, 유리, 효연, 써니)',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슈퍼엠', '에스파'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중 '에스파'를 제외한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대형 기획사는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온 아티스트를 접촉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은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남을 이유가 명백하지 않고,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고, 수익 분배 면에서 유리한 중소 기획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SM엔터테인먼트에 오래 남아있던 아티스트 대부분은 의리와 명분 때문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기획사에 흡수된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티스트의 이탈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SM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리는 주요 지식재산권(IP)은 'NCT'와 '에스파'인데, 이 두팀만 확보하면 현재 기업 가치에 큰 문제는 없고, 앞으로 선보일 신인들의 저력도 남아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정리
1.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라이크기획'이라는 개인회사와 SM엔터테인먼트 간에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맺고, '라이크기획'에 프로듀싱 라이선스 명목으로 과도한 금액을 지급해옴. (2022년 상반기에 SM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 386억원의 약 1/3에 해당하는 114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현재까지 총 1427억원을 지급함)
2. 2019년에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 간의 계약 내용을 문제삼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으나,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서 거절함. 같은 해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결국 본인들이 추천한 사람을 감사로 임명함.
3. 주요 주주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2022년 9월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 간의 계약을 조기 종료하였고,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처조카)·탁영준 공동대표가 '카카오'에 지분 9%를 매각하며 'SM 3.0'이라는 비전 발표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배제하고 카카오와 함께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내부에서 '이수만(라이크기획)' 세력과 '현재 경영진(카카오 & 얼라인파트너스 포함)' 세력 간에 분열이 발생함.
4. '현재 경영진' 세력에 '카카오'가 합세하면서 배신감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압박을 느낀 '이수만' 세력이 '하이브'에 지분 15%를 매각함. 이후,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 간의 불합리한 계약 내용(계약 종료 후에도, 라이크기획에 2092년까지 음원·음반 수입에 대한 로열티 6%와 2025년까지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한 로열티 3%를 지급해야 함)을 폭로하고, 이에 대하여 '이수만' 세력 관계자가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간의 불합리한 계약 내용(우선적 신주인수권 등 카카오에 이례적인 특혜를 부여하여,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함)을 폭로함.
5. 2024년 3월 3일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카카오' 상대로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함 ▶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를 취득하는 것에 제동이 걸림.(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간의 불합리한 계약 내용을 인정함)
6. 현재 '하이브(이수만 포함)'와 '카카오(현재 경영진 & 얼라인파트너스 포함)' 간의 싸움으로 확전되고, 폭로전이 이어지며 경영권 분쟁 중임.